좋은 대화와 과속방지턱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후배가 끙끙거리는 경우가 있다. 충분한 경험을 가진 선배는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알려주며 빨리 처리하고 싶다. 그것이 팀장 등의 직책을 가진 리더라면 더욱 그렇다. 선후배 간 충분한 교류가 있어 친밀한 사이라면 걱정이 덜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대화의 과속방지턱을 생각해야 한다. 과속방지턱은 자동차가 속도를 줄이라고 설치하는 것이다. 주로 어린이가 빈번히 나타나는 건널목, 골목길 앞, 또는 위험하다고 판단이 되는 곳에는 어김없이 과속방지턱이 있다.

마찬가지로 대화를 할 때 과속방지턱이 필요한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강한 추진력이 필요한 때가 있다. 그리고 추진력의 일환으로 강하게 밀어 부쳐 성공적인 업적으로 얻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성공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강하게 밀어 부치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그것이 성공의 방식이었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강하게 밀어 부칠 때는 보통 타인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일이 타인의 입장까지 생각하다 보면 추진력을 잃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더는 자기의 지식이나 경험을 믿고 강력하게 밀어 부친다.

문제는 강한 추진력 뒤에 따라오는 것이 상대의 감정 손상이다. 상대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고, 상황을 고려하려다 보니 강하게 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그런데, 그런 상황은 무시하고 강하게 압박하는 것은 나의 일처리 방식에 문제가 있기 나의 감정을 생각해 주지 않는다는 쪽으로 기운다. 그리고 강한 추진력을 가진 사람들은 상대를 무시하는 사람이라고 이미지를 굳힌다.

아무리 속도와 추진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도 강압적 리더라는 누명을 쓰지 않으려면 과속방지턱을 생각해야 한다. 과속의 엑셀레이터를 밟기 전에 잠시 멈추고 생각을 하라. 그리고 대화의 속도나 방식을 조심스럽게 결정하라.

자동차를 운전하며 과속할 때, 후폭풍을 겪은 적이 있을 것이다. 잠깐은 빨리 갈 수 있지만, 자동차의 뒷 부분이 턱에 닿아 부서지는 경우도 있다. 자동차에 가해진 충격은 자동차의 수명에도 영향을 준다. 그 수명은 리더의 수명과 같이 간다.

글: 김진혁(한양대 상담심리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