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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본 부패의 원인 해부하기
박욱현 강사
경영
윤리경영
윤종빈감독은 주인공 이름을 왜 ‘최익현’으로 했을까?
나의 상상이지만 구한말 불의와 부정을 척결하는 강직성을 발휘하고
단발령에 저항해 구국항일운동을 하며 꺾이지 않는 신념과 신조의 표상
최익현선생의 반대되는 캐릭터를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 아닐까?
문명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느끼는 행복감 중 하나가 나는 영화관람이 아닐까 한다.
인간의 뇌가 가장 좋아하는 감정이 '감동'이라고 책에서 본 적 있는데 절대 공감한다.
영화를 통해 감동은 물론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일컫는 희로애락의 세상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해준다.
영화의 러닝타임 2~3시간이 근무시간과 비교해 어쩜 이리도 짧을 수 있는지,
인간은 크로노스(물리적시간,흘러가는시간) 시간 보다 카이로스(논리적시간,의미있는시간) 시간을 지배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준 것도 영화이다.
영화 한 편이 웬만한 역사책이나 인문학 책보다 뛰어난 통찰을 전해줄 때가 있다.
현실을 바꾸는 강한 힘을 갖고 있는 영화! 참 고마운 인생의 동반자이다.
집단적 부정은 전염성이 강하다
1982년 부산세관 감시과 공무원 최익현(최민식)은 밀수범을 잡고 보니 관리과 박과장의 집안 사람이어서
봐주기로 한다. 밀수범에게 "감시과 총 4명이서 부산항으로 들어오는 화물들 다 조사한다꼬.. 얼마나 쌔가빠지겠습니까?
4명이서 이 넓은데를… 집에 다 못간다이까네." 뇌물을 챙기고 사무실로 들어가보니 난리가 아니다.
보따리 아줌마가 검찰에 고발한 바람에 부산세관 직원들은 연행되고 아수라장이다.
감시과 조계장이 뇌물로 챙긴 물품을 보면서 "쫌 눈치껏 해라!"라고 핀잔한다.
조계장은 회사 밖 식당에서 과원들을 모아놓고 한 명이 총대를 메야한다며 희생자를 정하는 방법을 말한다.
막내 익현은 뇌물품을 소각하고 참석이 늦는 틈을 타 과원들은 부양가족이 가장 적은 익현을 총대맨으로
이미 점찍어 놓은 상태다. 다들 5명의 자녀가 있으나 익현은 3명의 자녀뿐이다.
조계장은 익현에게 "자! 우리 쭈욱 한잔씩 하자" 라고 하니 기다렸다는 듯 동료들도
“그래그래 시원하이 한잔 하자” “한잔씩 하자 응?” “한잔 하자” “한잔 하자”라며 익현에게 암묵적인 합의를 종용한다.
익현은 발령과 부서이동때 각각 뇌물을 받쳐서 힘겹게 감시과로 들어온 과거 일을 떠올리며 분루를 삼킨다.
심리학자 제럴드 그린버그는 부당한 대우를 받은 직원들이 회사의 물건을 절도하거나 부정을 저지를 확률이
더 잦다는 가설을 입증했다. 회사 물건을 절도함으로써 임금삭감(불공정한 승진실패)이나 현업의 고충을 알아주지
못하는 것을 벌충하고자 하는 심리가 작동한다.
부당한 대우를 받은 직원은 조직충성도가 낮을 수밖에 없으며 눈에 띄지 않은 비용이 크게 증가한다.
업무를 게을리함은 물론 문제가 발생해도 나 몰라라 하거나,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내놓지 않는 일 등이
그것이다. 이런 비용은 장기적으로 회사에 악영향을 미치고 만다.
총대 멜 사람을 정할 때도 정의롭지 못한 방법이 사용됐다. 정의란 공정함을 말한다.
정의에 대한 3가지(분배적·절차적·교정적 정의) 중 절차적 정의로만 봐도 감시과는 공정하지 못했다.
권력 행사 과정에서 무시될 수 있는 약자의 인권을 보호하지 못했고, 권력의 남용도 있었다.
절차적 정의가 잘 지켜지지 않는 사회는 권위주의적이거나 전체주의적인 것이다.
사람들은 종종 절차적 정의가 다른 가치나 권리보다 덜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절차적 정의는 결과만큼 중요하다.
감시과는 일부의 합의로 다수결을 사용했다. 어떤 문제이든 다수결을 들이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조계장은 권위로 방법을 결정했다.
논리나 근거로 직원들을 설득한 후 합의가 도출된 방법이 아니라 '내 부하니까 따라!' 식의 태도이다.
우리는 리더의 비뚤어진 권위의식과 경직된 위계질서로 인해
조직을 말 그대로 '말아먹는' 현장을 한 번쯤목도했을 것이다.
부산세관 적어도 감시과는 '집단적 부정'이다.
직원들은 집단의 이름으로 저지르는 부정은 부정이 아니라고 명분화한다.
모두가 수혜자이고 또한 그럴 수 있으니 말이다. 만약 자신에게 조금만 손해가 생겨도 참지 못한다.
최익현은 장주임에게 "내만 받아 먹었냐고?" 분노했고, 순찰 중 적발한 히로뽕을 신고하지 않고
일본으로 밀매할 결심을 한다.
익현은 "일본으로 히로뽕 수출 존나이 해가.. 일본원숭이 새끼들 다 뽕 쳐맞고 오줌 질질질질 싸면서
다 뒤졌으면 좋겠습니다. 애국이 별겁니까?"라며 명분을 만들고 합리화·정당화했다.
연줄 - 한국 사회의 메커니즘
최익현의 인생 부침을 통해 지금껏 우리 사회가 작동해온 메커니즘을 잘 조망해냈다.
익현은 형배(하정우)가 폭행죄로 수감되었을 때 풀어준 방법이 족보의 힘이다. 경주최씨 충렬공파 종친회에 기부금과
에어컨을 달아주며 가문 중 부장검사 최주동의 삼촌을 소개받는다. 그 삼촌이 익현을 소개하는 멘트가 특히 재밌다.
"우리 집안 사람 최익현씨다. 익현씨는 니하고 마 촌수로 따지면 한 10촌쯤 되는기라.
그리이까네 가만있자~ 아 그래 맞다! 그~저 니거 아부지, 우리 형님의 할부지의 9촌동생의 손자가 바로
익현씬기라!".
익현은 여자 한 명과 싸워도 힘에 부치는, 싸움으로 치면 양아치만도 못하지만 그가 부산 폭력조직의
넘버 원, 투, 쓰리를 움직인다. 또 검찰 조직과 안기부를 움직인다.
이 엄청난 능력은 어디서 나오는가? 바로 연줄이다. 이 영화에서 전화번호부는 중요한 상징이다.
전화번호부는 그를 둘러싼 인맥이 총집결되어 있는 핵저장고다. 가슴에 품고 다니는 10억짜리 전화번호부는
총보다 훨씬 강하고 그를 슈퍼맨으로 만들어 준다. 익현의 힘은 어찌 보면 영화 내내 들고 다니는 총알 없는
빈 총이 상징하듯 '허세'다. 그러나 익현이 평범하지 않는 이유는
대한민국 사회에 작동하고 있는 강력한 가족주의와 온정주의 메커니즘을 잘 알고 이를 기가 막히게
잘 활용할 줄 알기 때문이다. 그가 전화번호부를 한 손에 쥐고 흔들 때
그는 한국 사회의 온갖 종류의 인맥을 쥐고 흔들고 있었던 것이다.
'가족주의' 혹은 '가족이기주의'라는 것이 있다. 오로지 정의와 도덕의 기준은 가족의 이익과 안위이다.
이런 가족이기주의에 빠진 사람은 부정행위를 합리화하기가 훨씬 쉽고, 따라서 도덕적인 금기의 벽은
더 쉽게 허물어진다. 마치 자신이 의적 로빈 훗이 된 것처럼 착각한다.
행동경제학자이자 인지심리학자인 댄 애리얼리는 '퍼지요인 이론'에서 사람들은 부정행위로 이득을 얻으면서도
본인 스스로를 정직한 사람으로 자기합리화를 하는 데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으므로
언제나 스스로에게는 너그럽다고 설명했다.
암튼 한국 사회에 만연한 연줄의 폐해에 대해 하고픈 말은
"우리가 발이 넓다는 것이 미덕이 되는 순간 원칙은 사라진다"이다.
권력과 명예욕의 맛
형배가 다방 아가씨의 가슴을 아무렇지 않게 주무르며 "살아있네!"라고 한다.
익현은 침 꿀꺽 삼키며 그저 쳐다보기만 하는 소심한 사람이다. 하지만 건달 두목 형배가 자신의 뒤에 있다는 생각이
들자 그동안 한이 맺혔던 조계장을 술집에서 마구 발로 밟고 권력이 주는 쾌락을 처음으로 맛본다.
세상에 무서운 것들이 하나 둘씩 없어지는 달콤한 순간을 느끼며 형배가 부하의 남성심볼을 만지자 그것을 따라한다.
그 후 사우나에서 여종업원의 엉덩이를 터치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권력이 있는 모든 자리에는 권리가 생기고 권리가 있는 자리에는 남용의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다.
오늘날 권력자들이 성희롱을 일으키는 이유 중 하나이다.
시대적 상황과 생존을 위해 권력에 빌붙어 거대한 괴물 최익현의 탄생 순간이다.
나는 가족·부성애라는 포커스 보다는 권력과 명예욕의 맛을 알아버린 남자에 포커스를 맞춘 영화로 본다.
부산지역 조폭을 잡아들이는 검사인 조범석(곽도원)은 이 영화 유일한 선이었다.
김판호(조진웅)도 "해방 이후에 최고의 악질검사라 안캅니까? 살다살다 돈 싫어하는 놈 내 첨 봤어!"라며
혀를 내두른다. 윗선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주관대로 밀어 붙이는 조검사의 모습은 멋졌다.
누구나 그랬듯이 처음 입사했을 때는 정직과 성실, 노력으로 이 세상을 살아보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음을 알게 되고 세상과 타협하기 시작한다.
그런 그가 선배(송영창)의 "니 그래가 나중에 검찰총장 하겠나? 평생 뺑뺑이나 돌끼다!"라는
카이로스 시간을 예고하는 말에 움직인다.
표면적으로는 오랜만에 만난 선배의 호의를 받아들이는 것이지만 본질은 조범석 또한 명예욕이 상당한 인물임을
보여준다. 최익현은 그가 그토록 자랑스러워했던 10억짜리 전화번호부에 포함될만한 존재로 성장했고,
조범석은 익현과는 황금인맥이 되어 검찰총장이 된다.
정의로운 사람들 전성시대를 열어야 한다
이 영화는 범죄와의 전쟁이 한창이던 1990년을 설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한국 현대사 그 자체의
주석인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나쁜놈이 되어야만 한다고 서슬 퍼렇게 강조하는 영화가 아니다.
세상의 선은 죽었다고, 세상의 정의는 도덕책 속 답안지일 뿐이라고 말하는 영화도 아니다.
이 영화가 풍자하고 고발하고자 하는 것은 공명정대한 세상을 위한 탈바꿈의 노력과 경주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살아가는 세상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세상과 싸우며 자신을 지키며 사느냐, 세상에 길들여져
스스로를 잃어버리느냐는 스스로의 선택과 노력에 따라 달라진다.
지금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라.
"살아있나?" 그리고 대답하라.
"살아있네!"
목표 뚜렷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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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욱현 강사
목표 뚜렷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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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도덕적인 사람이 필요하다
시중의 수많은 윤리&청렴 강의와 비교를 불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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