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한 장의 사진이 아니다

1969년7월20일 인류 최초로 인간이 달에 도착했다. 당시만해도 달은 대보름과 추석날 소원을 빌던 대상이었으니 아폴로 11호 소식은 마냥 신기한 일이었다. 동네 사람들은 제과점 흑백 모니터 앞에 모여 시선을 고정했고, 정확히 뭔지는 몰랐지만 덩달아 설렜던 기억이 난다.  

3명이 우주인은 30년생 동갑이었다. 선장인 닐 암스트롱(사진 왼쪽), 사령선 조종사 마이클 콜린스(가운데), 달 표면 탐사선 조종사 버즈 올드린(오른쪽). 그런데 50년이 지난 지금의 모습은 그때와는 너무나 달라졌다.

당시 스타는 단연 달에 첫 발자국을 남긴 암스트롱이었다. 하지만 그는 내성적이어서 그런 상황을 불편해 했고, 어린 딸이 사고로 사망한 뒤 이혼까지 하고 심장병을 앓는 등 순탄치 않은 삶을 살다가 2012년 별세했다.

두번째로 달에 내린 올드린은 먼저 달에 내리지 못했다는 분노와 열등감 그리고 목표 상실로 심해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으며, 혼외정사 스캔들, 알코올중독, 두 번의 이혼 등으로 재정적으로도 파탄상태에 내몰렸다.  

마지막으로 콜린스는 달까지 가서 정작 달에 내리지 못했던 불운한 인물이었다. 원래는 두번째로 내릴 차례였지만 올드린이 사령선을 조작할 수 있는 훈련시간이 부족해 그와 역할을 바꾼 것이다. 얼마나 억울했을까? 그런데도 그는 다른 우주 영웅들과 달리 젊은 시절 성취에 매몰되지 않고 이후 화성 탐사를 연구할 정도로 우주인답게 살았다. 덕분에 '우주의 시인, 철학자'로 불리며 후배들에게 영감을 주면서 존경받는 삶을 살고 있다. 

우리는 정말 잘 살고 있는가? 한 순간 그럴 듯했던 사진 한 장이 나를 대신할 수는 없다. 대통령이었지만 탐욕과 무능으로, 재벌총수는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사건으로, 대중스타는 허세와 쾌락으로 자신의 이름을 덧없게 만들기도 한다. 어제가 오늘이고, 오늘이 내일임을 안다면 성취에 도취해서는 곤란하다.

더구나 그 사진마저 꾸며지고 부풀려지고 실제를 현혹시키기 위한 것이라면~ 사진을 찍고 나서 곧 얼굴엔 웃음기가 사라지고 어깨를 나란히 했던 옆사람과는 어색한 표정으로 등을 돌린다면~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그 사진을 본 들 무엇이 기억나겠는가!    

가끔 벼락스타가 되었다가 과거의 문제로 벼락같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내 기억 속에서 사라진 과거가 누군가의 기억으로 소환되면서, 민낯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 순간도 혼자인 적이 없다. 누군가의 부모이자 자녀이고, 동료이자 이웃일 수밖에 없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잊고 사는 것이 문제다. 진짜 잘 살려면 그 사람들의 시간까지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오늘 정말 잘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