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판을 관리하자

 

다른 사람을 내 맘대로 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더 많은 돈, 더 높은 자리, 더 대단한 학력을 소유하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자신의 자식마저 어쩌지 못하는 세상에서 다른 사람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욕심을 넘어 교만이다.

 

사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모두 부자가 아니다. 

 

누구는 졸부로 불린다. 

 

부자와 졸부가 가지고 있는 돈이 달라서가 아니라 그것을 소유하는 과정과 씀씀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때로는 ‘배웠다는 사람이 고작 한다는 짓’이라며 똑 같은 상황에서도 학력 때문에 더 비난을 받기도 한다. 

 

결국 무엇을 소유하고 있느냐 보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평가받느냐, 

 

소위 평판(reputation)이 중요한 세상이다.

 

 

영국 레가툼 연구소에서는 매년11월 세계번영지수를 발표한다. 

 

경제, 기업환경, 교육, 의료, 국가경영, 안보와 안전, 개인자유, 자연환경, 사회적 자본 등9개항목을 종합해 

 

향후 발전가능성에 따라 국가별 순위를 매기는 것인데, 

 

우리나라의 2016년 순위는149개국중35등이다(캐나다는5등). 전년도28등에서7계단이나 뒤로 밀려났다.

 

전체순위보다 더 심각한 것은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으로105등 바닥권이다. 

 

사회적 자본이란 ‘자기 삶에 관련 있는 사람들이나 공동체를 어느 정도 신뢰하느냐’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상당수는 혈육만 믿을 수 있다고 응답한 것이다. 

 

혈육끼리만 살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입으로만 ‘가족처럼, 우리는 한 팀’이라고 할 뿐 마음으로는 자기 이익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다.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이 헬조선과 같은 끔찍한 말로 대한민국을 비하한다고 혀를 차지만 

 

우리의 사회적 관계를 보면 양육강식의 정글과 다를 바 없다. 

 

협력하지 않고는 발전이 없다고 하면서도 어떻게 해서든 이기는데 만 골몰하고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주의가 팽배하다. 

 

사회적 갈등이 만연해도 자기와 상관없으면 외면하기 일쑤고 이해득실에 따라서 넘보기 힘든 카르텔이 형성된다. 

 

자신의 삶을 즐기는 것은 좋지만 인간관계가 황폐해진다면 그 즐거움은 오래갈 수 없다. 

 

비행기 좌석에서 옆 사람과 팔걸이를 공유할 때의 작은 배려처럼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헤아리고 산다면 좀 더 나은 삶이 될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