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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리더십·팀워크의 본질, 공감력 - 영화<광해,왕이 된 남자>
박욱현 강사
리더십
리더십
광해. 조선의 스물일곱 임금 가운데 연산군과 더불어 죽은 뒤에도 묘호를 받지 못한 임금.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왕권을 둘러싼 권력다툼으로 인해서 붕당정치로 혼란이 극에 달한 광해군 8년에
자신을 죽이기 위해 혈안이 된 자들에 대한 분노와 두려움으로 점점 더 난폭해져 간다.
시해 위협과 조정을 장악한 서인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대역이 필요했고,
허균은 기방에서 만담꾼으로 일하는천민 하선을 적임자로 두고 궁궐에서 ‘15일의 행적’을 그린 영화이다.
공감력은 인간력을 높이고 정의를 전면에 내세운다
천민으로 살아왔던 하선에게 있어서 임금의 삶은 너무나도 적응하기 힘든 나날이었다.
세숫물인지도 모르고 들이마신다던가, 궁녀 앞에서 경하받을 일도 해본다.
임금으로서 근엄함이 부족했으나 허균의 혹독한 훈련과 특유의 재능으로 임금다운 모습을 금새 몸에 익혀간다.
하선은 자신이 먹고 남긴 어식으로 수라간 궁녀들이 요기를 한다는 상선의 말에 자신 때문에 종일 굶었을 궁녀들에게 미안해서
다음 수라 때는 응당 보상을 해주기로 결심한다. 최소한의 요기로 밥상을 넘겨주고 싶었고 그 고민을 해결해 줄 팥죽 한 그릇이
너무나도 반가웠다. 오늘날 회사에서도 마땅한 답이 나오지 않을 때 신출내기 사원의 한마디가 무릎을 치게 하지 않던가.
그러니 그 팥죽의 맛은 더 맛있을 수밖에 없고, 팥죽을 올려준 기미나인 사월이에게 고마움을 표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야참을 대령한 사월이를 다시 만났을 때 개인적 관심을 표현하고자 어쩌다 이곳에 왔는지 물어본다.
탐관오리에 지나친 세금 요구로 인해 사월이의 가족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져야 했으며
사월이 자신마저도 빚을 갚기 위해 어린 나이에 궁녀가 되었다는 사실을 하선에게 말한다.
하선은 말을 듣는 순간에도 임금답지 않은 말투로 분노했고, 상선은 그런 하선에게 ‘전하!’라고 하며
거친 말에 대해 유념할 것을 권한다.
하선의 최고 장점이자 남다른 능력은 공감력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만담꾼이라는 직업적 특성이 타인의 호응과 웃음을 이끌어내어 즐거움을 선사하고 그 반응에
존재의 각성을 해왔던 하선 아니던가. 다른 사람의 정서적 분위기와 얼굴 표정을 잘 읽어 내기에
직관적으로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감정 반응을 보여주는 능력이 본능적으로 탑재되어 있다.
세상살이가 암울하고 희망이 보이지 않을수록 하선의 해학은 사람들을 치유하고 격려함에 있어 더 큰 위력을 뿜어낸다.
공감이라는 관념은 스티븐 코비의 저서인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 핵심적인 특성 중 하나로
꼽았을 만큼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나누고, 사랑하고, 양보하고, 협력할 때는 반드시 공감이 작동한다.
반대로 공감이 부재하면 사람들 사이의 친밀함은 사라지고 인간관계는 붕괴해 버린다.
폭력, 학대, 이기심, 차별 등은 모두 공감이 사라졌을 때 만연하는 것이다.
이렇듯 공감은 ‘마음의 눈 (mindsight)’이라고도 부르며,
앨런 시걸은 “공감은 사회적 지능과 감성 지능의 기초를 형성하는 메커니즘으로서 우리로 하여금
타인과 우리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준다.”고 언급했다.
건강한 정신 상태란 타인에게 공감하고 교감하는 능력이 잘 발휘될 수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고,
정신적인 균형 감각과 심리적 평정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공감력이 인간력을 높이고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또한 정의와 도덕 원칙이야말로 공감의 영향력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우리가 누군가가 부당함의 희생양이 되었을 때 그것에 분노한다는 것은 공명정대함이라는 관념을 지키는
사회 체제를 지지한다는 것이고, 공감력이 나의 정의로운 마음을 들어 올렸을 것이다.
억압된 상황에서는 공감력이 상실될 수 있다
단아하고 기품 있고 조선의 국모다운 중전의 얼굴에는 늘 수심이 가득했다.
그녀의 오라비가 역모죄로 고문을 당하게 생긴 와중에 지아비인 광해는 후궁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중전은 철저히 외면 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을 세상이 끝나는 순간까지 지켜준다고 약속했으면서
이제는 자신마저 폐비로 만들려는 광해에게 큰 배신감을 갖고 있었기에 중전의 얼굴에는 미소가 사라진지 오래다.
중전의 고충을 알게 된 하선은 고문 받고 있는 처남 유정호를 찾아간다.
유정호는 “신은 전란 중에도 백성을 살피신 어지신 대군을 기억하고 있나이다. 허나 지금의 전하는 그때의 전하가
아니옵니다. 간신의 수뢰에 귀가 닫히고 여인의 치마폭에 눈이 먼 폭군일 뿐이옵니다.”라고 직언을 서슴지 않는다.
하선은 “그럼 뭘 했소?” 묻자 유정호는 “귀를 열고 들으시라.. 들으시라 소리쳤습니다.”라고 했다.
하선은 유정호의 진정성에 역모죄를 일으킬 사람이 아님을 확신했고 신하들의 거센 반대에도 구해준다.
중전 오라비 유정호는 광해가 언제부턴가 소통이 되지 않았고, 살육과 폭정을 일삼는 주군의 모습을 안타까워했다.